b형간염은 한국에서 가장 흔한 간염 바이러스 감염 형태로, 간암의 주요 원인 중 하나다. 실제로 국가암정보센터에 따르면, 그 비율이 무려 70%에 달한다. 간암은 매년 1만 2천여 명의 환자를 발생시키며, 중년층 암 사망률에서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이러한 위험성에도 불구하고, 많은 b형간염 환자들이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b형간염, 만성화되면 간암으로 진행될 가능성 높아b형간염은 간에 염증을 일으키는 바이러스성 질환으로, 급성 간염과 만성 간염으로 분류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만성 b형간염의 유병률이 높고, 만성 b형간염 환자에서는 간경변증 또는 간암 발생 위험이 높으므로 진단과 치료가 매우 중요한 질환이다. b형간염의 만성화되는 비율은 감염된 시기에 따라 차이가 있다. 출산 도중에 모체로부터 전염되는 주산기 감염은 만성 간염으로 진행될 확률이 90%에 이른다. 감염된 이후 초기 급성 간염 상태에서 회복하지 못하고 만성 상태로 이어지면 바이러스가 계속 증식하면서, 염증과 손상이 반복된다. 이 과정에서 간조직은 정상적인 구조를 잃고 반흔 조직으로 변하면서 간경변증으로 이어진다. 간경변증은 간암 발생 위험을 크게 증가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치료 사각지대에 놓인 b형간염 환자들간암 발생을 절반가량 줄여주는 안전한 항바이러스제가 나와 있지만, 모든 만성 b형간염 환자가 약물치료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다. 현재로서는 간수치가 크게 상승했거나 간경화로 진행된 경우에 한해서만 건강보험 급여 적용을 받아 항바이러스제 치료를 시작할 수 있다. 그런데, 최근 국내 연구진이 간수치가 정상이고 간경화가 없는 환자 중에서도 혈액 내 간염 바이러스 수치가 위험 구간에 있으면 간암 발생 위험이 최대 8배까지 높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과 임영석 교수팀은 간수치가 정상 범위에 해당되고 간경화가 없는 국내 b형간염 환자에게서 혈중 간염 바이러스 수치가 중간 수준일 때 간암 위험이 가장 높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또한, 해당 환자들은 장기간의 간염 치료에도 간암 발생 위험도가 절반 정도 낮아질 뿐 여전히 가장 높은 위험도를 유지한다고 밝혔다. 그동안 학계에서는 간암 발생 위험이 간염 바이러스 수치에 비례해 증가하며, 간염 치료를 시작한 후에는 바이러스 수치가 급격히 떨어지기 때문에 간암 발생 위험과 간염 바이러스 수치는 큰 연관이 없다고 여겨져 왔다. 하지만 연구팀은 간염 바이러스 수치가 일정 범위 내일 때 간암 발생 위험이 가장 높고, 이보다 더 높아지거나 낮아질수록 간암 발생 위험이 감소한다며, 간염 바이러스 수치와 간암 발생 위험이 비선형적인 포물선 관계를 그린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현행 b형간염 치료기준에 변화가 필요함을 시사한다. 임영석 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간암의 주원인인 b형간염의 치료기준이 엄격하다보니 간염 환자의 20%만 항바이러스제 처방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라며, “이번 연구 결과에 따라 그동안 근거가 부족해 치료 사각지대에 놓였던 만성 b형간염 환자들에게도 항바이러스제 치료 급여가 적용될 수 있기를 바란다”라고 지적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내과학 분야 세계적 권위지인 미국내과의사협회 공식 저널 ‘내과학연보(annals of internal medicine)’ 최신호에 게재됐다.